‘예쁘다’고 끝이 아니에요. ‘팔려야’ 살아남아요.
팔리는 디자인의 비밀, 추성훈 유튜브 채널 <아조씨의 여생> 팝업 스토어 기획기

‘예쁘다’고 끝이 아니에요.
‘팔려야’ 살아남아요.
스튜디오 에피소드에서 운영하는 추성훈의 유튜브 채널 <아조씨의 여생>은 마초적인 외모와는 다른, 푸근하고 다정한 반전 매력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유쾌한 일상과 진솔한 태도가 어우러져 개설 4개월 만에 구독자 150만 명을 돌파했죠. 그리고 지난 7월 10일부터 16일까지, 더현대 서울 지하 2층에 단 7일간 팝업스토어를 열었습니다. 10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었지만, 곳곳에 추성훈의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습니다.
클라이언트와의 첫 미팅 이후, 유튜브에 올라온 전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려보고 수백 개의 댓글을 분석하며 구독자와 콘텐츠 사이에 쌓인 ‘문화적 맥락’을 하나하나 짚어낸 결과였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멀리서도 단번에 인지되는 팝업스토어를 설계했습니다. 작은 공간 안에서 브랜드의 존재감을 정확히 드러내기 위한 계산된 구성입니다. 그렇다면, 이 작은 공간 안에는 어떤 ‘브랜드 경험’을 담으려 했을까요? 추성훈 팝업스토어의 디자인을 맡은 이기범 디자이너에게 그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보여주는 것보다 '전달’되는 것
Q. 유튜브 콘텐츠 IP를 공간으로 확장한다는 건 어떤 의미였나요?
이기범 디자이너(이하 기범): 이번 프로젝트는 유튜브에서 쌓아온 ‘추성훈’이라는 IP의 인지도와 채널 고유의 브랜드 스토리를 커머스라는 물리적 접점으로 확장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였어요. 그동안 구축한 콘텐츠의 결이 팝업 공간과 굿즈에 고스란히 녹여져야 한다는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죠. 온라인 콘텐츠에서 ‘팝업스토어’라는 새로운 형태로 브랜드를 확장하면서도 기존 콘텐츠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균형을 잡는 데 특히 공을 들였어요. 돌이켜 보면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이 부분에 가장 많은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Q. 균형이라고 하면 정확히 어떤 걸 의미하는 걸까요?
기범: ‘대중이 유튜버로서의 추성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이 지점이 가장 중요했어요. 지금까지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려보면서 사람들의 댓글을 집중적으로 분석했어요. 특히 많은 공감을 얻은 댓글, 혹은 자신의 이야기를 구구절절 풀어낸 구독자들의 반응에 주목했고요.그와 동시에 프로덕션이 이런 대중의 반응에 어떻게 호응하고 있는지도 면밀히 살펴봤어요. 결국 구독자와 콘텐츠 사이에 어떤 문화적 맥락이 형성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가장 먼저였죠. 실제로 스튜디오 에피소드 측에서도 그 지점에 초점을 맞춰 팝업을 기획하셨더라고요.
유튜브 댓글엔 ‘이 영상 덕분에 힘을 얻었다’, ‘살아갈 동기부여가 됐다’는 이야기가 정말 많았거든요. 그래서 팝업 콘텐츠 역시, 단순한 팬서비스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작지만 긍정적인 동력을 주는 경험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방향을 잡았어요.
Q. 콘텐츠가 가진 맥락에 흥미를 더한 거네요.
기범: 평소에도 스튜디오 에피소드가 운영하는 콘텐츠 비즈니스 방식에 관심이 많았어요. 크리에이터 IP가 광고 수익에만 의존하지 않고, PB 브랜드와 결합해 커머스까지 확장하는 구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스튜디오 에피소드 측에서 직접 제안해주셨을 때, 그들이 어떻게 ‘콘텐츠를 공간과 상품으로 연결해내는가’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흥미로웠어요.실제로도 지금 그들은 이 방식으로 시장에서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고 있고요. 그런 비즈니스 문법 안에서, 우리가 브랜드를 어떻게 물리적인 경험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고 실행해본 일이라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컸습니다.
Q. 소비자의 감정과 브랜드를 연결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 있다면요?
기범: 스프레드웍스는 ‘사람들에게 잘 팔리고, 널리 향유될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해요. 지난 4월, 은우 대표님이 어도비 서울 컨퍼런스에서 ‘브랜드 확장사고’를 주제로 강연하셨는데, 브랜드는 잘 팔려야 건강하게 존재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인상 깊었어요.
그래서 저도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마다 가장 먼저 생각하는 건, 이 브랜드가 왜 존재하는지, 누구에게 어떤 가치를 전하려는지, 시장 안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지를 먼저 파악하려고 해요. 그게 결국 브랜딩의 시작점이 되는 분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Q. ‘잘 팔리는 디자인’이라는 관점에서 가장 먼저 고민하는 건 뭔가요?
기범: 공감과 호응, 결국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첫 관문이라고 생각해요.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해선 ‘잘 팔리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먼저고, 그러려면 소비자가 브랜드와 마주쳤을 때 구매 전환이 일어날 수 있어야 하잖아요. 전환을 높이려면 먼저 시선을 끌고, 인상을 남겨야 해요. 그런 반응을 끌어내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정서적 트리거가 바로 ‘공감’과 ‘호응’이라고 본 거고요.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이 두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 감정선을 시각 언어로 풀어내는 데 집중했어요. 결과적으로 ‘사고 싶게 만드는 디자인’이 아니라, ‘끌리게 만드는 감정의 언어’로 설득하려 했다는 쪽에 가까워요.‘우와~’ 하는 게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Q. 브랜드 방향성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는 무엇이었나요?
기범: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가장 처음 들은 말이 “많이 팔아야 한다”였어요. 그래서 공간이나 비주얼을 설계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한 건 ‘한눈에 인지되는 명확함’이었어요.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면서도 ‘어, 이거 추성훈이잖아’ 하고 알아볼 수 있도록, 컬러와 형태를 최대한 직관적으로 정리하려 했죠.Q. 어떻게 변주를 줬나요?
기범: 클라이언트 측에서는 컬러에 대한 요구가 가장 먼저 있었어요. 브랜드를 인식하는 데 있어 가장 직관적이고 강하게 들어오는 요소이기 때문에, 저희도 컬러를 이번 작업의 출발점이자 우선순위로 삼았고요. 메인 컬러는 검은색과 노란색이었는데요.특히 노란색은 추성훈의 부캐 ‘PT 야마다’가 유튜브에서 노란 가발을 쓰고 등장하는 이미지에서 착안했어요. 이 캐릭터는 콘텐츠 안에서 종종 제품 PPL을 하거나, 옆에서 경쾌하게 조언을 던지는 식으로 활용되는데요. 그 이미지 자체가 펑키하면서도 친근한 브랜드 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매력적인 포인트가 되었어요.
Q. 전체적인 공간 구성에 담긴 메시지도 궁금해요.
기범: ‘아조씨’라는 브랜드가 지닌 고유한 정서, 그러니까 촌스럽지만 정감 있고, 유쾌하지만 과장되지 않은 톤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무게감 있는 유쾌함, 진지하지만 진부하지 않은 태도. 이런 정서를 어떻게 공간 안에 녹일 수 있을지 많이 대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공간에는 너무 진지하지 않으면서도, 위트 한 스푼이 꼭 들어가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죠. 브랜드가 주는 라이프 모티베이션이 부담 없이 다가가야 한다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기획의 중심이었습니다.



Q. 이번 프로젝트에서 기범님이 의도한 차별화 포인트가 있다면요?
기범: 대부분은 IP 콘텐츠를 확장해서 만든 굿즈 판매 위주로 운영되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팝업은 일회성 경험으로만 소비되기 쉬워요. 저희는 추성훈이라는 인물이 가진 맥락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단순히 팬심을 기반으로 한 소비가 아니라, 채널을 통해 사람들이 느꼈던 감정이나 연결감을 공간 안에서 다시 한번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자 했죠. 그게 결국 브랜드 경험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Q. ‘우와’ 하는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다른 브랜드 사례도 많이 참고하셨을 것 같아요.
기범: 팝업이라는 형식 자체가 짧은 시간 안에 강한 인지와 반응을 이끌어내야 하는 구조잖아요. 그래서 기획 초반엔 다른 사례들을 많이 분석했어요. 특히 사람들이 어떤 순간에 반응하는지를 유심히 봤죠. 보통은 과감한 컬러라든가, 예상을 살짝 비트는 요소, 브랜드랑 완전히 일치하는 구조 같은 데서 반응이 나오더라고요.하지만 저희는 그걸 그대로 따라가기보다는, 추성훈이라는 인물이 가진 정서와 브랜드 방향성 안에서 그 포인트가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했어요. 결국 사람들이 반응하는 지점을 인위적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브랜드의 감도 안에서 자연스럽게 끌어올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Q. 좋은 디자인이란 결국 ‘설득’의 언어라는 말도 있잖아요. 컨셉을 전달할 땐 어떤 감각을 중요하게 보세요?
기범: 컨셉을 설명할 때는 되도록 ‘구매 상황’이나 ‘마주치는 순간’을 상상하며 말하는 편이에요. 단순히 보기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 그것이 소비자의 어떤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지,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까지 어떤 단계가 필요한지를 이야기하죠. 여담인데, 이번 프로젝트에서 이담 대표님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이 있어요. “우와~ 하는 게 하나 정도는 나와야 합니다.” 되게 직관적인 얘기인데, 이 말이면 얼추 다 정리되는 것 같더라고요. ㅋㅋ 결국 브랜딩은 소비자와의 관계 맺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그 상호작용의 순간을 어떻게 감각적으로 표현하느냐, 그걸 브랜드 언어로 풀어내는 데 늘 신경을 써요. 컨셉은 말로도 설득돼야 하니까요.
“숲을 보기 위해, 먼저 호흡을 맞춰요”

Q. 마감 직전, 시안을 전면 수정하셨다고 들었어요.
기범: 사실 이번 팝업 프로젝트의 초기 컨셉은 '돈키호테'였어요. 추성훈 유튜브 채널에서도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였고, 커머스로 풀어내기도 자연스러워서 그 방향으로 한참 진행 중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같은 기간에 더현대 지하 1층에서 GS25 X 돈키호테 팝업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전면 수정이 불가피했어요. 행사에 차질이 생기지 않게, 빨리 새 방향으로 결과물을 완성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Q. 갑자기 방향이 바뀌어서 많이 당황했을 것 같아요.
기범: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 어떤 이유로든 지금까지 만들어온 결과물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우리는 제 시간에 결과물을 완성해야 하잖아요. 그런 압박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결과물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이번 팝업의 최종안에는 스프레드웍스가 프로젝트를 대하는 태도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Q. 빠듯한 일정 속에서 의견이 엇갈릴 수도 있었을 텐데, 협업 과정은 어땠나요?
기범: 팝업이라는 게 ‘한정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진행되잖아요.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무엇보다 빠르게, 오롯이 결과물을 완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어요.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큰 충돌 없이 진행할 수 있었어요. 디자인적으로는 아쉬운 점도 있지만, 저는 이런 프로젝트일수록 ‘나뭇잎보다는 숲을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디자이너의 손에서 크리에이티브가 나오는 만큼 애정도 생기지만, 결국 브랜드 전체 톤과 흐름 속에서 빠지지 않는 그림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한 일이니까요.

Q. 그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와는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셨어요?
기범: 프로젝트나 클라이언트의 성격에 따라 방식은 달라지지만, 이번처럼 짧은 찰나에 주목성과 반응을 끌어내야 하는 팝업 이벤트에서는 ‘비주얼로 보여주는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일반적인 브랜딩 프로젝트처럼 긴 호흡으로 언어를 쌓기보다는, 최대한 빠르게 시안을 공유하고 ‘이미지로 설득하는 방식’을 택했죠.말로 설명하면 생길 수 있는 오해도, 이미지로 보면 훨씬 명확하게 전달되니까요. 또 클라이언트의 의견을 먼저 충분히 듣고, 그걸 저희 방식대로 재해석해 정리한 뒤 다시 공유하는 ‘듣고, 해석하고, 보여주는’ 커뮤니케이션 구조로 진행했습니다.
Q. 클라이언트와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식에도 기범님만의 원칙이 있으신가요?
기범: 이건 프로젝트의 성격이나 클라이언트의 스타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인데요, 초반에 커뮤니케이션의 ‘방식’ 자체를 미리 정해두는 게 생각보다 큰 도움이 돼요. 저희 대표님들도 그런 조언을 자주 해주시죠. 두번째는 클라이언트의 피드백을 단순히 그대로 반영하는 게 아니라 한 번 더 ‘해석해서 정리한 방향’을 제안하는 방식을 선호해요.
어쨌든 클라이언트가 저희에게 프로젝트를 맡긴 건, 저희의 시각과 크리에이티브를 기대했기 때문이니까요. 이런 방식으로 대화하면 오해도 줄고, 서로의 생각을 더 풍성하고 명확하게 맞춰갈 수 있더라고요.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도를 설계하는 일이다
Q. 이번 프로젝트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기범: 전체 시안을 전면 수정해야 했던 급박한 순간이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아요. 그때 대표님이 빠르게 방향을 정리하고, 클라이언트와 소통하며 역할을 분담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혼자서는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이었겠구나’ 싶었죠. 당장 필요한 게 뭔지 정확히 짚고, 우선순위를 재정비해서 팀 전체가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이끈 그 장면이 지금 생각해보면 이 프로젝트의 전환점이자 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 좋은 결과물은 ‘잘 만든 디자인’이 아니라, ‘잘 맞은 팀워크’에서 나온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했어요.
일정이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주말에도 클라이언트 측 담당자와 미팅을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그분이 “일하려는 사람과 일하게 돼서 너무 기쁘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그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단지 주말에 일해서가 아니라, 일에 대한 서로의 진심이 통했을 때 오는 보람이라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어요.

Q. 스프레드웍스가 디자인한 공간들은 확실히 ‘눈에 띄는 감각’이 있어요. 그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기범: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처럼, 모든 결과물에는 어떤 환경에서, 어떤 태도로 일했는지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이거든요. 스프레드웍스의 결과물들이 생기 있고 감각적으로 두드러진다고 느껴지는 이유도, 결국엔 저희가 일하는 방식과 분위기에서 비롯된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기본적으로 아이디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해요. 재밌는 생각을 가볍게 툭툭 던질 수 있고, 그걸 서로 존중하면서도 예리하게 비틀어보는 태도가 자연스럽게 공존하죠. 아이디어를 수십 가지 던지고, 넓게 펼쳐보고, ‘이거다’ 싶은 건 끝까지 파고들되 유쾌함을 잃지 않는 분위기. 그런 에너지가 항상 흘러넘쳐요.
저는 이런 분위기가 단순히 자본이나 기술만으론 만들어질 수 없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능동적인 태도, 인간다운 생기, 그리고 ‘함께 더 잘해보자’는 기세. 이 보이지 않는 것들이 결국 저희 결과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요. 그래서 더 눈에 띄고, 더 감각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거죠.
Q. 비슷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후배 디자이너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기범: 팝업은 제한된 시간과 공간 안에서 치러지는, 말 그대로 물리적으로 여유가 거의 없는 이벤트인 만큼 너무 많은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그 형식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시각적으로 공간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메시지가 분산되지 않게 ‘한 방’의 포인트를 명확하게 잡아내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소비자의 시선을 단번에 붙잡을 수 있는 후킹 요소 하나만 제대로 작동해도, 그 팝업은 충분히 기억에 남거든요.
Q. 마지막으로 기범님에게 ‘브랜드를 만든다’는 일은 무엇인가요?
기범: 저는 브랜드를 만든다는 게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설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시각적인 결과물을 멋지게 완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브랜드의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지, 소비자에게 어떤 감정적 반응을 일으킬지를 고민하는 일이 더 핵심이라고 느껴요. 그렇게 브랜드와 소비자가 연결되고, 그 안에서 인간다운 관계가 생겨날 때 비로소 브랜드는 생명력을 갖는다고 믿습니다. 결국 브랜드는 하나의 문화이고, 그 문화를 설계하는 일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