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디자이너가 하는 일에 대해 답하기 어려운 이유
스프레드웍스가 바라본 브랜드 디자이너가 하는 일에 대하여
‘브랜드 디자이너가
라는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이유
‘브랜드 디자이너가 무슨 일을 하나요?’라는 질문은 생각보다 쉽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로고, 웹사이트, 포스터 등 시각적으로 완성된 결과물을 만드는 직군 정도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브랜드 디자이너가 수행하는 일은 그보다 훨씬 넓고 복잡한 범위를 아우릅니다. 그 이유는 브랜드 디자이너가 다루는 것이 단순히 디자인 뿐만이 아니라, ‘브랜드’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적인 경험으로 만들어 가는 전체적인 과정을 다루는 직무이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디자이너는 시각화 이전의 준비 단계부터 전략적 해석, 팀 간 조율, 실행 이후의 유지보수에 이르기까지 전반에 관여합니다. 회사마다 기대하는 역할도, 팀 구조에 따라 책임지는 범위도 달라지기 때문에 브랜드 디자이너는 쉽게 정의 내릴 수 있는 직무가 아닙니다.
그래서 스프레드웍스는 이 질문에 정해진 정의로 답하기보다는, 실무자의 시선으로 접근하고자 합니다. 단순히 브랜드 디자이너가 어떤 일을 하는지 보다는 ‘어떤 상황을 마주하고, 어떻게 판단하고 움직이는가’에 초점을 맞춰보고자 합니다.
Chapter 01.
브랜드 디자이너의 일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가
브랜드 디자이너의 일은 디자인을 시작하는 시점보다 훨씬 이전에 시작됩니다.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 브랜드의 방향성과 톤을 조율하고, 기획자·마케터·개발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언어를 맞추는 과정이 먼저 진행됩니다.
이때 브랜드 디자이너가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각 팀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가’입니다. 기획자는 사용자 경험을, 마케터는 채널과 도달 범위를, 클라이언트는 비즈니스 목표를 우선으로 둡니다. 동일한 브랜드를 바라보더라도 관점은 제각각입니다.
예컨대 ‘톤앤매너’라는 말 하나에도 각자의 해석은 다르고, ‘고급스러움’, ‘감성적’, ‘있어 보이게’와 같은 피드백은 그 의미가 사람마다 다르게 전달됩니다. 이런 다층적인 해석 속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는 결과물을 만드는 디자이너이기보다 브랜드의 언어를 명확히 정의하고 구조화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디자인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 역시 단순한 가이드 정리 작업을 넘어서, 우리 팀이 브랜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재확인하고 기준을 통합하는 과정입니다. ‘왜 이 문장이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어떤 맥락에서 이 메시지가 적합한지’, ‘어떤 언어는 왜 지양해야 하는지’ 등 이 질문들에 답하는 순간부터 브랜드 디자이너의 일이 시작됩니다.

Chapter 02.
피드백은 늘 모호하게 온다
브랜드 디자이너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계의 한가운데에 서 있습니다. 기획과 디자인, 마케팅과 비즈니스가 맞물리는 지점에서 종종 기준 없이 주어진 과업을 마주하게 됩니다. 실무가 처음인 주니어 디자이너라면 "이것도 내 역할일까?"라는 고민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일의 경계를 따지는 것보다, 엉킨 맥락을 해석하고 정리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합니다. 실제 업무는 역할대로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여러 부서의 언어와 관점이 겹쳐진 상태로 흐르기 때문입니다. 이때 브랜드 디자이너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왜 그렇게 만들게 되었는가’를 명확히 정리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량은 ‘결정력’이 아니라, 설득력입니다. 팀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언어로 방향을 정리하는 능력은 이 직무의 핵심입니다.
실무에서는 아무리 ‘옳은 방향’이라 하더라도, 팀 안에서 공감되지 않으면 쉽게 채택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브랜드 디자이너는 단순히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만의 언어를 구성하고, 그 언어가 팀 안에서 통하도록 조율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이게 맞습니다”라는 단언이 아니라, “왜 이 선택이 우리 브랜드에 적합한지”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와 설득의 언어입니다.
Chapter 03.
브랜드 디자이너는 스스로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처럼 브랜드 디자이너의 일은 고정된 업무에 머무르지 않고, 프로젝트의 흐름에 따라 스스로 역할을 설계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팀의 구조, 클라이언트의 니즈, 브랜드의 성격에 따라 해야 할 일은 달라지며 그 속에서 브랜드 디자이너는 끊임없이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정의하고 설득하는 사람으로 움직입니다.
누군가 짜놓은 룰을 따르기보다, 프로젝트와 팀의 맥락 속에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를 스스로 정의하고, 정리하고, 설득하는 사람. 그게 브랜드 디자이너라는 직무가 가진 본질입니다. 그래서 이 일은 어렵지만, 동시에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선택이 가능한 직무입니다. 결국 브랜드 디자이너란, 누군가의 정답을 따르기보다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문법을 만들어가는 사람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브랜드 디자이너라는 직무는 언뜻 멋있어 보이지만, 막상 설명하려 하면 애매한 부분이 많은 일입니다. 단순히 ‘브랜드를 담당하는 디자이너’라고 규정하자니 그 역할은 훨씬 더 넓고 복잡합니다. 그래서 이번 콘텐츠에서는 ‘무슨 일을 하는가’보다는 ‘어떤 구조 속에서, 어떤 상황에 놓이는 사람인가’를 중심으로 브랜드 디자이너의 실제를 풀어봤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스프레드웍스가 실제로 겪어온 고민과 기준들도 함께 나누고자 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스프레드웍스의 채용 과정에서 실제로 마주했던 포트폴리오 사례들을 중심으로 ‘함께 일하고 싶다는 인상을 남긴 포트폴리오의 공통점’에 대해 다뤄보려 합니다. 그 공통점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다음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