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꿀 아이스크림, 벤슨의 철학을 담은 브랜딩
진정성과 즐거움을 담은 세상을 바꾸는 아이스크림 벤슨의 F&B 브랜딩

잘 만들면 확실히 달라요
‘세상을 바꾸는 아이스크림’을 만들겠다는 포부에서 출발한 벤슨(Benson). 한화 갤러리아가 선보이는 첫 자사 브랜드에요.
벤슨은 기존의 많은 기업들이 택하는 OEM 방식의 아이스크림과는 달라요. 직접 자체 공장을 지어 진짜 우유와 계란, 크림이 들어간 본질에 가까운 아이스크림을 만들거든요.
그간 유통이나 해외 브랜드 라이선스에 의존하던 한화 갤러리아가 자사 브랜드를 만든 데는 이유가 있어요. ‘세상에 없던 아이스크림’을 제대로 만들 자신이 있다는 것.
벤슨(Benson)의 얼굴이자 상징인 로고는 브랜드 신념을 그대로 시각화한 결과물이에요. ‘Benson’ 속 곡선과 필압의 뉘앙스를 살리면서도 누구나 읽기 쉬운 형태로 다듬었어요. 든든한 무게감을 가진 ‘B’와 부드럽게 흐르는 ‘S’ 안에는 깨끗함과 신선함, 그리고 정직하게 만든 아이스크림을 세상에 전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거죠.
‘세상을 바꾸는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싶다’는 작은 아이디어는, 어떻게 이렇게 단단한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된 걸까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조희현 디자이너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조희현 디자이너(이하 희현): 단순히 마케팅용 문장이 아니라 ‘벤슨(Benson)’이라는 브랜드가 왜 시작됐는지를 설명하는 가장 솔직한 표현이에요.
대부분의 아이스크림 브랜드는 자체 제조 시설 없이 OEM으로 생산돼요. 그러다 보니 위생이나 공정, 투명성 측면에서 소비자가 신뢰하기 어려운 구조가 많거든요.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으면서도 ‘이게 진짜 믿고 먹어도 되는 걸까?’ 하는 불안이 남아 있는 거죠. 벤슨은 그 물음에서 출발했어요.
Q. 고객의 ‘불안’에서 시작된 브랜드였군요.
실제로 클라이언트와의 첫 미팅에서도 이 얘기를 들었어요. 벤슨은 기존 아이스크림 시장에 질문을 던지는 브랜드라고요. 심지어 이슈가 생기고 논란이 되더라도, 기존 브랜드들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다른 방식으로 가보자는 의지가 분명했어요.그래서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자’는 철학 아래, 공장을 직접 짓고 제조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 거예요. 진정성은 보여주는 게 아니라, 드러나게 만드는 것이라고 믿었거든요.
Q. ‘진정성’이라는 게 말로는 그럴듯하지만, 디자인으로 풀자면 꽤 난감하잖아요.
맞아요. 브랜드의 철학과 의지를 시각 언어로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한 고민이 정말 컸어요. 브랜드가 담고자하는 메시지가 분명한 만큼, 그걸 어떻게 표현할지도 더 중요했어요. 브랜드의 진심은 담되, 디저트 브랜드다 보니 너무 무겁지 않아야 했거든요. 결국 가장 어려웠던 건, ‘진정성’과 ‘즐거움’ 사이에서 어디쯤 균형을 잡을 것인가였어요.Q. 그 균형, 어떻게 잡으셨어요?
요즘은 다들 ‘진심’을 말하잖아요. 하지만 진정성은 마음만으로는 설득되지 않아요. 오히려 그 진심을 구조적으로 설계하고,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방식이 중요하죠.
그래서 스프레드웍스는 프로젝트마다 브랜드의 성격과 목표에 따라 다양한 마케팅 프레임워크를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어요. 벤슨의 경우는 시작과 목적이 명확했기 때문에, 사이먼 시넥의 ‘골든 서클 모델(Why–How–What)’을 기반으로 버벌 아이덴티티를 정리했어요.

브랜드 철학을 설계하는 프레임워크
Q. 프레임워크요?
희현: ‘왜 이 브랜드를 시작했는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가’에 대한 핵심을 뽑아내는 작업이었어요. 브랜드가 해결해야 할 문제와 어떤 태도로 접근할지를 ‘브랜드 플레이’ 관점에서 정리했고요. 시장 리서치를 통해 지금 아이스크림 시장의 문제, 고객의 니즈, 경쟁사의 접근 방식도 분석했죠.그걸 바탕으로 벤슨이 고객에게 줄 수 있는 베네핏, 그리고 그 베네핏을 어떻게 말하고 보여줄지를 설계했어요. 결국, 이 모든 과정이 ‘진정성을 어떻게 구조화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죠.
Q. 브랜딩에 이런 프레임워크까지 도입하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브랜드가 넘쳐나는 시대니까요. 스프레드웍스는 늘 질문해요. ‘이 브랜드만이 가진 건 뭐지?’ 그래서 *POP와 POD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요. 결국 차별점이야말로 브랜드가 세상에 던지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고, ‘무엇이 다른가’는 곧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니까요. 결국 브랜드는 달라야 살아남고, 그 ‘다름’은 의도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POP (Point of Parity): 경쟁 브랜드와 ‘같아야 하는’ 필수 조건들
*POD (Point of Difference): 경쟁 브랜드와 ‘달라야 하는’ 차별화 요소
Q. 그렇다면, 벤슨의 ‘차별점’은 어떻게 설계했나요?
희현: 브랜드의 진심은 분명히 담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너무 진지하게만 풀고 싶진 않았거든요. 결국 ‘우리는 어떤 아이스크림이 되어야 하지?’라는 질문을 기획의 출발점으로 삼았어요.처음부터 브랜드의 메시지와 태도를 구조화하는 데 집중했어요.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진정성과 즐거움’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일이 가장 까다로우면서도 중요한 과제였던 것 같아요.
Q. 전체적인 톤앤매너를 맞추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희현: 벤슨의 로고는 손글씨를 바탕으로 제작했어요. 보통 손글씨는 개성이 강해서 브랜드에 잘 맞으면 그대로 써도 ‘맛’이 나요. 하지만 벤슨은 향후 프랜차이즈로 확장할 브랜드였기 때문에, 덩어리감이 있고 잘 읽히는 형태여야 했어요.
‘Benson’이라는 글자 안에서 ‘B’나 ‘S’의 곡선, 필압의 흔적 같은 인상적인 요소를 골라냈어요. 손맛은 살리되, 로고로서 기능하도록 구조를 다듬었죠. 로고에 담긴 손맛과 구조적 완성도를 기준 삼아, 브랜드의 톤앤매너에 맞는 서체와 컬러도 차근차근 조율해 갔어요.
Q. 어떻게요?
희현: ‘깨끗함’, ‘신선함’ 같은 키워드를 중심에 두고, 색의 조합과 시각 언어를 정리하면서 브랜드가 어떤 어조로 말해야 할지 구체화해 나갔어요. 그래서 커뮤니케이션도 단순한 피드백 주고받기로 끝나면 안 돼요. “왜 이 브랜드가 이 메시지를 전하려 하는가”를 서로 정확히 이해하는 게 먼저예요. 그래야 진짜로 설득력 있는 결과물이 나와요.
결국 디자인은 구조화된 진정성을 시각화하는 일이거든요. 단순히 예쁜 결과물을 만드는 게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한 뒤, 그걸 언어가 아닌 이미지로 설득력 있게 풀어내야 해요.

보이지 않는 철학을 ‘언어’로 풀어내다
Q. 비주얼 작업 외에도 브랜드 언어까지 설계하셨다고요. 그 과정은 어땠나요?
희현: 사실 많은 사람들이 브랜딩이라고 하면 시각적인 걸 떠올리잖아요. 로고나 컬러, 패키지 같은 눈에 보이는 요소들요. 하지만 브랜드가 ‘무엇을 말할지, 어떻게 말할지’를 결정하는 건 그보다 더 근본적인 작업이에요. 단어 하나, 표현 하나에 브랜드의 철학과 태도가 담기거든요.그래서 저희는 벤슨의 메시지를 단순히 표어처럼 짧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어요. 어떤 어조로 말하고, 어떤 단어를 쓰고, 어떤 표현은 피할 것인지까지 하나하나 정리해나갔어요. 이 과정은 결국 ‘벤슨은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일이기도 했고요.
Q. 예를 들면요?
희현: ‘정직함’이나 ‘신뢰’ 같은 키워드는 단어 그 자체로는 뻔할 수 있지만, 벤슨 안에서는 그것들을 어떻게 말할 것인지, 어떤 문장으로 설득할 것인지가 더 중요했어요. 벤슨의 버벌 브랜딩은 ‘진정성을 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었어요.Q. 말투나 어조까지 고민하는 이유는 뭘까요?
진정성을 너무 무겁게 풀고 싶진 않았거든요. 단순하게 멋진 표현이나 세련된 문장을 만드는 것보다, 벤슨이라면 어떤 말투로, 어떤 어조로 이야기하면 좋을지를 고민했어요. 그래서 말투는 부드럽고 가볍게, 하지만 전하려는 메시지는 단단하게 담아냈죠.과하게 꾸미기 보다는 듣는 사람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위트를 담아 균형을 맞췄어요. 결국 브랜드가 어떤 언어를 선택하느냐도, 그 브랜드의 태도를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어요.
Q. 보이지 않아서 어렵지만, 그래서 더 진심이 드러나는 거군요?
희현: 브랜드 언어라는 것도 사실 굉장히 추상적인 영역이잖아요. 눈에 보이지 않다 보니 가볍게 지나치기 쉬운데, 그래서 더 진심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해요. 언어를 정리하는 일은 단순히 말투나 문장을 꾸미는 게 아니에요.
브랜드가 어떤 태도로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은지, 어떤 가치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스스로 정리하는 일이죠. 벤슨 역시 단순한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아니라 브랜드만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랐고요.
Q. 브랜드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희현: 실무를 함께한 담당자 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눈을 맞추며 대화할 수 있었던 순간이 전환점이었어요. 문서로만 전달되는 정보는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웬만하면 서면보다 대면으로 커뮤니케이션하려고 했어요.
거의 매주 한 번씩 만났고, 시공 직전에는 주 2~3회씩 현장을 찾으며 꾸준히 이야기 나눴어요. 그 시간을 통해 단순히 피드백을 주고받는 걸 넘어서 왜 이 메시지를 전하려는지, 브랜드가 진짜로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를 함께 정리해갈 수 있었어요.

디자이너는 결국 ‘실현가능한 상상’을 그리는 사람이다
Q. 벤슨이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었으면 하나요?
희현: ‘진짜 잘 만든 아이스크림’이 있는 곳. 그 한마디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 벤슨은 공장에서부터 직접 아이스크림을 만들고, 원재료도 고급 우유나 계란처럼 엄선한 재료만 써요. 클래식 라인 하나만 먹어봐도, 그 깊은 맛이 느껴지거든요.그렇게 ‘잘 만든 건 확실히 다르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브랜드예요. 로고가 멋있고 공간이 예뻐서 기억되는 게 아니라, 아이스크림이 진짜 맛있으니까 기억되는 브랜드. 벤슨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으면 해요. ‘이 정도면 진짜지’ 싶은, 그런 브랜드요.
Q. 비슷한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후배 디자이너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의사결정은 최대한 빨리 받아내야 해요. 하루하루 일정을 쪼개서라도 확답을 끌어내야, 미래의 내가 조금이라도 덜 고생하거든요. 그리고 자연재해처럼 어쩔 수 없이 뒤집히는 피드백도 있어요. 그럴 땐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 돼요. 모든 것에 매번 매달릴 필요는 없어요. 사공이 많은 프로젝트일수록, 기록을 잘 남기고 흐름을 정리하는 일이 제일 중요해지더라고요.Q. 마지막으로 희현 님에게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어떤 일이에요?
희현: 브랜드가 살아남으려면 늘 ‘다르게 보여야 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그 다름의 기준을 정하고, 어떻게 표현할지 설계하는 일이에요. 결국 그 브랜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투를 쓰며,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함께 고민하는 거죠. 그 브랜드만의 시선, 말투를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 저는 그게 ‘브랜드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