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농원의 진정성과
상생의 철학을 담은
샤브식당 상하
고창에서 청담까지. 상하농원의 진정성과 상생의 철학을 담은 F&B 브랜딩

3줄 요약
- 조주향 디자이너는 ‘상하농원’의 브랜드 헤리티지를 지키면서도, F&B 맥락에 맞는 촘촘한 설계로 디테일을 살렸어요. 가고자 하는 기준이 명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요.
- 상하농원에서 본 ‘웰메이드 철학’이 샤브식당 상하의 기준점이 됐습니다. 본질에 집중하면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다는 걸 경험했다고요.
- F&B 브랜딩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건 스토리텔링이에요. 그래서 더 디테일한 경험 설계가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무슨 뜻일까요?
브랜드 코어를 지키고, 디테일을 살려요.
소고기 샤브샤브가 주를 이루는 시장에서, 돼지고기 샤브샤브 전문점 ‘샤브식당 상하’가 청담에 첫 문을 열었어요. 매장 곳곳에는 고창에서 청담까지 이어지는 여정을 담은 장치들이 숨어 있어요. 상생을 상징하는 원형 그래픽, 채소를 수확하고 작물을 심는 풍경을 담은 액자월까지. 모든 디테일은 결국 20만 평 상하농원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한 그릇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죠.
샤브식당 상하는 단순한 식당을 넘어 상하농원의 철학을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게 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어요. 돼지고기 샤브샤브 한 그릇에 어떻게 이런 스토리를 담을 수 있었을까요? 샤브식당 상하의 디자인을 담당한 조주향 디자이너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돼지고기 샤브샤브? 보통 샤브샤브하면 소고기인데, 어떻게 시작했는지 궁금해요.
샤브식당 상하는 매일유업 계열사인 엠즈씨드에서 새롭게 런칭한 돼지고기 샤브샤브 전문점이에요. 이 이야기를 하려면 ‘상하농원’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상하농원은 자연 방사된 동물과 지역에서 자란 농축산물을 활용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샤브식당 상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우리 땅에서 자란 돼지를 사용해 건강하고 정직한 샤브샤브를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어요.Q. 샤브식당 상하의 출발점에 상하농원이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곳인지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상하농원은 회장님이 정말 진심을 담아 만든 곳이에요. 단순히 농장을 세운 게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차근차근 쌓아 올린 결과물이죠. 본질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웰메이드 디자인을 쌓아왔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더 깊이가 느껴져요.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폴바셋도 같은 맥락이에요. 모던하고 차분하게, 유행을 좇지 않고 자기만의 기준을 지켜나가고 있어요. 그래서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세련돼 보이는 거예요.Q. 상하농원의 철학이 기준점이 된 거네요?
맞아요. 건물 하나, 간판 하나까지 디테일이 엄청나게 정성스럽게 만들어져 있어요. 소시지를 만드는 공장, 농장 같은 다양한 시설을 둘러보면 정말 ‘디테일이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예요. 그만큼 상하농원은 공간 자체에서 철학이 느껴지는 곳이었어요. 매일유업이 어떻게 진심을 디자인과 세계관으로 풀어내는지, 그리고 그 철학이 브랜드 곳곳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가까이서 볼 수 있었거든요. 그런 경험이 저희가 샤브식당 상하를 만들 때도 큰 기준점이 됐어요.

Q. 명확한 철학이 있었던 만큼, 디자인 과정에서도 힘을 받을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가장 좋았던 건, 방향이 분명했다는 거예요. 일을 하다 보면 클라이언트의 방향이 중간에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샤브식당 상하는 오히려 “이 길로 가자, 느리더라도 끝까지 가보자”라고 말해주는 느낌이었어요. 튼튼한 기획력과 철학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저희의 퍼포먼스도 더 잘 드러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샤브식당 상하는 트렌디함보다 ‘진심’을 담는다는 게 명확했어요. 그래서 저희도 “이건 된다, 이건 어렵다”를 확실히 알 수 있었죠. 그 기준이 있으니까 기업이나 제품, 특성에 맞게 더 잘 커스텀해서 풀어낼 수 있었죠.Q. 그 디테일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셨나요?
① 스토리텔링샤브식당 상하는 무엇보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했어요. 단순하게 ‘대기업이 샤브샤브 브랜드를 만들었구나’가 아니라, 정말 정성을 들여 만든 웰메이드 브랜드라는 게 전해지길 바랐어요. 그래서 단순히 메뉴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스토리를 더 깊게 담으려고 했고요. 요즘은 사람들이 음식을 고를 때 단순히 맛만 보는 게 아니라, 그 브랜드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까지 함께 보거든요. 저희는 그 흐름에 맞춰 샤브식당 상하의 스토리와 철학을 소비자들이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집중했어요.
② 믿을 수 있는 식재료
상하농원은 닭, 양, 염소처럼 자연 방사된 동물들이 자유롭게 자라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어요. 클라이언트 측에서는 샤브식당 상하도 우리 땅에서 자란 돼지로 만든 샤브샤브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중요하게 전달하고 싶어 하셨어요. 국내 돼지고기 품종 중 어떤 게 가장 적합할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지리산에서 자라는 *버크셔K가 선정되었어요. 버크셔K는 단순한 품종이 아니라, 원산지와 지역성을 담은 스토리를 가진 돼지예요. 채소는 서울 인근 농가에서 직접 공급받아 신선하게 사용해요. 샤브식당 상하는 단순히 좋은 재료를 쓰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국 지역 농가와 함께 자라는 브랜드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버크셔K: 지리산 청정 고원에서 키운 한국형 프리미엄 흑돼지 품종
브랜드 코어를 지키고, 디테일을 살려요.
Q. 샤브식당 상하 로고만 봐도 어떤 맛일지 알 것 같더라고요.
그렇죠? 저희가 생각한 샤브샤브는 건강한 음식이에요. 흔히 볼 수 있는 자극적인 저가형 뷔페식 샤브샤브와는 가는 길이 달랐죠. 간을 세게 하지 않고, 오히려 밍밍하다고 느낄 정도로 자연식·저염식에 가까운 방향을 지향했어요. 건강과 본질에 초점을 맞췄고, 자연을 그대로 담아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요령이나 기교를 부리지 않고, 담백한 디자인으로, 음식의 맛처럼 브랜드의 진심을 표현했어요.
Q. 건강한 맛을 브랜딩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건강한 샤브샤브에 대해 많이 경험해 보려고 했어요. 맛이나 향, 먹는 방법까지 디자이너가 세세하게 알아야 시각화를 할때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물이 나오니까요. 그래서 대표님과 함께 저가형 브랜드부터 고가 브랜드까지 다양한 샤브샤브 집을 다녔죠.Q. 그렇게 쌓은 경험들이 실제 작업에는 어떻게 반영됐나요?
샤브식당 상하는 결국 상하농원의 농가, 농부가 만든 식당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촬영을 준비할 때도 ‘농부의 부엌’을 어떻게 보여줄까 고민했어요. 농부는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손으로 칼질을 하고, 어떻게 채소를 씻는지까지 상상하며 디렉션을 잡았어요. 조도, 소품, 연출 하나까지도 디테일하게 챙겼어요. 결과적으로는 저희가 가진 디렉션, 촬영 스튜디오의 연출력, 그리고 클라이언트가 원한 방향이 모두 잘 맞아떨어졌어요. 그래서 샤브식당 상하의 정갈하면서도 맛있어 보이는 톤이 완성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상하농원도 자주 가셨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고창 상하농원에서 직접 체험해 보니까 회장님이 왜 그렇게 상하농원에 애정을 갖고 계신지 알겠더라고요. 동시에 ‘청담동에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상하농원을 느낄 수 있을까’라는 상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Q. 어떻게요?
상하농원을 브랜드에 녹여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잖아요. 예를 들면 상하농원,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컬러를 차용한다거나, 건물의 모양이나 지형을 모티브로 가져오는 방식이요. 저희도 그런 부분을 고민했는데, 동시에 저희는 ‘샤브샤브 전문점’이니까요. 너무 상하농원에만 매몰되지 않고, 두 가지가 균형 있게 드러날 수 있도록 시안을 만들려고 많이 고민했어요.Q. 고창과 청담, 지역적 특성이 달라 어려웠던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저희가 유니폼 디자인을 했을 때 그런 경험이 있었어요. 스티치 디테일이나 워크웨어적인 요소를 담아서 왜 이렇게 디자인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전략을 세워서 갔거든요. 아쉽게도 채택되지는 못했어요. 청담동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피드백이 있었어요. 상하농원의 무드를 가져온 건 좋았지만, 실제 서버가 입고 손님을 가이딩하기에는 다소 무겁게 느껴졌던 거예요. 그때 공간과 맥락에 따라 디테일을 어떻게 살리고, 또 어떻게 덜어내야 하는지를 다시 배우게 됐어요.있는 듯 없는 듯, 브랜딩 디자인의 본질

Q. F&B 프로젝트에서 디자이너에게 더 요구되는 역할이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음식을 봤을 때 더 좋아하고, 사고 싶어지려면 결국 패키징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음식을 담는 용도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한 번 더 기억에 남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거죠. 예를 들어 종이컵처럼 규격이 정해진 일회용 패키지도, 거기에 변주를 주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색다르게 다가오거든요. 결국 버려질 걸 알면서도 “한 번쯤은 기억에 남는” 경험을 만드는 게 포인트예요.Q. 무슨 의미인가요?
패키지 디자인은 마냥 예쁘게만 만들 수는 없어요. 휴대성, 현장에서의 사용성, 접기 편한 구조, 운영 효율성까지 다 고려해야 하거든요. F&B에서는 디자인이 단순히 비주얼이 아니라 운영과 경험까지 확장되는 영역이에요. 저는 이걸 특별한 역량이라기보다 디자이너라면 당연히 가져야 할 태도라고 생각해요. 만드는 사람, 운영하는 사람, 소비하는 사람까지 모두 고려하면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게 디자이너의 역할이니까요.Q. 그런 디테일을 살리려면, 결국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요?
샤브식당 상하는 엠즈씨드 내부에서 이미 많은 고민과 기획을 해오셨어요. 저희는 그 기획을 가지고 어떻게 디자인을 풀어나갈지 전략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죠. 이렇게 클라이언트가 기획을 해왔다면, 그 기획을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고 얼라인을 맞추는 태도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클라이언트도 저희에게 맡기길 잘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니까요. 돌이켜 보면 이건 F&B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모든 프로젝트에 해당하는 기본 자세인 것 같아요.

Q. 프로젝트 과정 중 개인적으로 가장 뿌듯했던 경험이 있다면요?
프로젝트 내내 안부를 묻고 자주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내부 직원들뿐만 아니라 높은 직책의 팀장님과도 자연스럽게 가까워졌어요. 어느 날 혼자 외근을 나가 유니폼 관련된 일을 꼼꼼하게 챙기고 있는데, 그걸 보시고 잘한다며 꼼꼼하다고 팀장님이 칭찬을 하셨어요. 사실 너무 꼼꼼하면 피곤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그 디테일까지 챙겨보는 걸 긍정적으로 봐주셨던 거예요. 그 순간 정말 으쓱했죠. (웃음)Q. 샤브식당 상하가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었으면 하나요?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상하농원의 제품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단순히 판매 공간이 아니라, 청담동 한복판에서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바로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한 VMD 공간이에요. 고창과 청담을 각각 상징하는 원을 이어 붙여 ‘상생’을 표현했어요. 상하농원에서 청담까지 오는 여정이 담겨 있어요. 채소를 수확하고, 작물을 심고, 결국 우리 식탁에 올라오기까지. 샤브식당 상하가 단순히 돼지고기 샤브샤브 전문점이 아니라, 상하농원의 진정성과 상생의 철학이 청담에서 이어지는 브랜드로 기억되길 바랐어요.Q. 마지막으로 주향 님에게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어떤 일이에요?
저에게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단순히 예쁜 디자인을 완성하는 게 아니에요. 손님, 기획, 비주얼에 흔들리지 않고 브랜드 본질에 집중하는 거죠. 사용자 경험까지 고민하면서, 브랜드가 실제로 소비자에게 잘 팔려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겉모습에만 현혹되면 안 되고, 사람들의 경험과 연결되어야 제대로 된 브랜드가 되니까요.사실 처음엔 “이런 큰 기업의 중요한 프로젝트를 내가 맡아도 되나?” 하는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이건 나랑 결이 맞는 프로젝트야”라고 계속 되뇌며 자신감을 불어넣었죠. 그 과정을 통해 배운 건, 결국 브랜드를 만든다는 건 디자인을 넘어서 사람을 생각하는 일이라는 거예요.